창문 너머로 푸른 새벽이 어김없이 찿아든다.
무거운 몸을 일으키며 머리를 추스려 묶는다.
주방창을 활짝 여는순간 향기 한웅큼이 확 끼친다.
코를 벌름거려본다. 아! 아카시아향이로다. 얼마나 상큼한 아침인가.
졸음을 싸악 치운다. 웬지 기분좋은 하루가 될것같은 예감...
부랴부랴 식사를 마치고, 아이들 유치원 보내고 들로 향한다.
모내기를 거의 마무리 한 집도 있지만, 산골논을 여러곳에 부치다보니, 손갈데가 더욱 많다.
그나마 푹푹 빠지는 진흙논이 많아 꽤나 힘을 들이는 편이다.
해서 쌀이 더 맛이난다.
논둑엔 봄내내 비를맞고 신나게 자라있는 잡초들을 예초기로 말끔히 이발을 시키고,
뿌듯하게 바라보노라면 보람이 난다.
거름을 내고, 게르마늄을 뿌리고, 로터리를 친다.
이 모든것이 끝나고나면 일주일정도 기다려야 한다. 논바닥이 가라 앉아야 모가 잘 꽂히기 때문이다.
고추 심기를 한지 몇일 지나지 않았다.
그땐 정말 전쟁이 따로 없었다. 비가 너무 자주 내린탓에, 땅이 마를날이 없어, 고추정식이 늦어졌다.
억지로 말린밭에 또 비님이 오신단다. 하늘이 하는일이라 어쩔수 없지만 사람이 이런짓을 한다면
맞아도 벌써 맞아 죽었다시며, 어른신들께서 하늘을 원망 하신다.
그 비소식이 있는날, 한켠에선 골을짓고, 비닐 싀우고, 뒤따라 고추를 심고--
둘셋이서 맞잡고하는 비닐피복을 사람도 없거니와 급한 마음에, 혼자서 실성?한듯이
씌우는집도 한두곳이 아니었다. 어린이날라 아이들을 밭에 데려다 놓고 먹을것 앉겨주곤 돌아볼 겨를도 없었다.
한놈이 할미꽃을 어찌 아는지 할미꽃을 꺾어와 엄마 선물이라며 건네준다.
바쁜와중에도, 감동이 인다. 비슷한 나이라 더욱 잘 놀아주어 고맙다.
그날저녁, 일기예보는 어김없이 맞았다. 엄청난 비와 바람까지...
고추가 무사할리 없다.이틀동안의 비가 그치고 밭으로 가 보니 상상한대로다.
제멋대로 이리저리 누운놈, 고개가 톡 부러진놈, 많은 일거리를 남기고 그렇게 비는 말없이 가버렸다.
몇일간의 재정비로 신나지않는 땀을 쏟아 부었다.
이러한 우여곡절속에 논밭의 곡식들은 무럭무럭 여물어 참농원의 알짜 주인이 되어 주리라.
가끔 생각한다.
농촌이 아니었다면, 이러한 참삶은 맛보지 못했으리..
땀의 참맛을 몰랐으리란 생각이 들곤한다. 감사를 느낀다
.
앞산 허리엔 안개가 엷게 앉아있고, 주위엔 햇살이 퍼진다.
아카시아향은 여전히 기분좋게 날아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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